Daily Life/글적긁적, 일상이야기

오늘의 채근담 : 가득참과 빔

바람따라_ 2021. 4. 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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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 언덕 위에 아주 정교하게 지어진 2층 누각이 있었다. 보기엔 받침 나무가 부실하거나 부족해 보였지만 사용된 여러 나무들의 무게를 달아서 균형이 잘 맞게 하였으므로 조금도 어긋남이 없었다. 바람이 불면 조금씩 움직이긴 했지만 쓰러지거나 기우는 법은 없었다. 어느 날 그 고을 수령이 이 누각에 올랐을 때다. 그 날 따라 강바람이 심하게 불어와 누각이 조금씩 흔들렸다. 수령은 놀라 아전들에게 지시했다. 

"이러다간 누각이 쓰러지겠구나. 어서 부목을 덧대어 고정시키도록 하라."

아전들은 부랴부랴 목재를 구해다가 누각을 지탱하도록 덧대었다.

고을의 노인들이 애써 말렸지만 수령의 명을 어길 수는 없었다. 그 후 얼마 못 가서 그 누각은 한쪽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억지로 손을 대서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기기(敧器)는 이만복(以滿覆)하며 박만(撲滿)은 이공전(以空全)이니라

(故)로 군자(君子)는 영거무(寧居無)언정 불거유(不居有)하며

영처결(寧處缺)이언정 불처완(不處完)이니라

 

기기는 가득 차면 넘어지고 박만은 속이 비어야 온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군자는 차라리 무의 경지에서 살지언정

유의 경지에서 살지 않으며

부족한 데 처할 지언정 완전한 데 처하지 않는다

 

 

기기(敧器) :  물을 조금 채우면 서지 않고 가득 채우면 기울어져 뒤집어진다하고 하는 금속 용기. 고대의 임금들이 정사를 함에 치우치지 않고 중용을 지키기 위해 옆에 놓고 경계로 삼았다고 함.

박만(撲滿) : 흙을 빚어 만든 저금통으로, 입구만 있고 출구가 없어 가득 차게 되면 꺠뜨려서 돈을 꺼낸다고 함.

 

 

아직도 이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무언가를 정말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이 과도해져서 실수하고 실패했던 적이 정말 많다. 물론 어떤 임무를 받아도 최선을 다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과도하게 그리고 그 마음이 앞서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앞서나가지 않고 내가 못한는 것을 항상 인지하고 그것을 채우도록 하며 위아래 상관없이 물어보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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