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door/Backpacking&Hiking

동해안을 따라서 해파랑길을 걷다 - 1편 : 45~44코스

바람따라_ 2021. 11. 2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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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이란?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이르는 동해안의 해변길, 숲길, 마을길 등을 잇는 750km의 장거리 걷기여행길로, 전체 10개 구간, 50개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해파랑길’의 의미는 동해의 상징인 ‘떠오르는 해’와 푸르른 바다색인 ‘파랑’, ‘~와 함께’ 라는 조사 ‘랑’을 조합한 합성어 이며,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소리를 벗삼아 함께 걷는 길”이라는 뜻이다.

기간 : 2박 3일

총 길이 : 61.4km (장사항 ~ 주문진해변)

실제걸은거리 : 62.59km

인원 : 2명

형태 : 도보 백패킹

가방무게 : 약 17kg


무작정 해파랑길을 고른것은 아니다. 설악산을 생각했었지만 국립공원은 생각보다 제약이 많았다. 야영금지, 취식금지등 난이도도 높아 백패킹을 쉽게 도전할 만한 곳이아니다. 입문자인 내게 만만한 곳을 찾던중 동해안 7번국도를 따라 길이 조성되있는 해파랑길이 있다는 걸을 알게되었다. 그때부터 해파랑길 계획을 짰다.

나는 서울에 살기때문에 1코스(부산시작)부터 시작을 하는 것이 부담이었다. 그래서 속초-장사항에서 시작하는 45코스부터 강릉-주문진해수욕장에서 끝나는 코스를 정했다.

처음엔 3박 4일을 예상하고 코스를 짰다. 4일동안 60km정도면 하루 평균 15km였기 때문에 무거운 짐을 등에 메고도 충분히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2박3일로 일정이 변경되었다. 코스를 조정해볼까도 생각했지만 한번 잡을 계획은 꼭 실천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꾸멀꾸멀 어디선가 올라왔다.

마지막날은 서울로 올라와야 하기 떄문에 마지막코스는 짧게 잡고 대략적으로 25km, 25km, 10km라고 생각했다. 해변길을 따라 걷기떄문에 음식과, 물 그리고 잠은 걱정을 하지 않았다. 오지 백패킹이나, 산처럼 한번들어가면 사람과의 접촉이 어렵고 물건을 구매할 수 없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심적 부담감은 많지는 않았다.


시작

첫날,

코스 : 45~44코스(장사항~설악해수욕장)

거리 : 23.63km

시간 : 9시 45분~19:45분(10시간)

걷기만한 시간 : 4시간 50분

46코스의 시작이자 45코스의 마지막인 장사항. 나에게는 장사항은 해파랑길을 시작하는 첫번째 시작점이었다. 해파랑길을 찾기전까지 속초에는 어떤항구가있는지, 해변을 얼마나 있는지 무슨동네인지 잘 몰랐다. 단지 속초라는 지명이 주는 느낌밖엔 없었다. 도착했을 때의 날씨는 맑고 흐림이었다.

일요일였음에도 불구하고 항구는 조용했고 평안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나에게는 코스의 시작점이지만45코스의 종점이다. 지금 보이는 식당 근처에 바로 편의점이 있어서 식수, 음식등 간단하게 요기할 수 있다.

해초와 함께 춤을추고 있는 오징어 조형물을 보며 까먹고있던 동해안 오징어가 유명하다는 것을 다시 리마인드 시켜줬다.

걷다보니 AR콘텐츠가 나왔다.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까? 하지만 지자체에서는 몇천만을 들여 이걸 했을텐데, 여러가지 생각과 안타까운 마음이 많지만 앞으로 걸어야할 길이 많이남아서 그새 마음을 고쳐먹고 생각하지 않기로했다. 몇명이라도 이 사업을 이용한다면 의미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파란 해파랑길 표식을 봤을 때는 굉장히 반가웠다. 내가 정말 시작했구나라는걸 인식시켜주었다.

장사항을 지나 본격적으로 코스의 시작을 알리는 영랑호 걷기이다. 영랑호 한바퀴 코스는 약 7키로 정도 되는것 같다. 뒤로보이는 설악산의 풍경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웅장하다 못해 속초를 다 덮을 듯한 위엄있는 산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속초 8경중 하나인 영랑호에서 바라본 설악산의 모습이다.

‘영랑호’라는 이름은 《삼국유사》의 기록을 근거로 신라의 화랑 영랑이 이 호수를 발견했다 하여 붙여진 것이다.

 

영랑호를 중간쯤 돌았을까 곳곳에 비어있는 집이 많았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니 집이모두 불에 그을려있었다. 과거 산불의 불길이 이곳까지 내려와 피해를 끼쳤던 것 같다. 그때의 피해를 간접적으로 볼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피해가 있었을까.

 

영랑호를 중간이상 돌게되면 영랑정이 나온다. 무거운 짐을 들고 이곳에 올라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이있었지만 아직 체력이 많이 남아있고 한번 쉴때가 됬기에 영랑정을 향해 올라갔다.

영랑정 뒤에있는 커다란 바위위에서 찍었는데, 마치 설악산의 아무개 봉우리 위에서 찍은것처럼 나왔다.

 

영랑호에서 나오게 되면 등대해수욕장을 지나 다리 2개를 지나야한다. 금강대교와 설악대교는 과거 없었던 다리인데 이다리가 생김으로써 속초시내를 빠르게 갈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부터 조금 힘들어졌다. 13km정도 걸었을 때다.

점심 메뉴가 눈에 아른거렸다. 우리의 점심메뉴는 막국수였다. 현지인의 맛집추천에 따라서 정한 메뉴였다.

코스지에서 이탈하여 막국수집이 위치한 곳으로 걸어가기까지 1키로 남짓이었지만 그길이 마치 10km처럼 느껴지고 시간또한 느리게 가는 것 같았다.

 

설악대교를 건너면 찍은 요즘 속초 핫플인 아바이 순대타운이다. 사진으론 보기힘들겠지만 저 노란색지붕을 하고있는 음식집엔 사람이 꽉차있었다. 그리고 골목 구석구석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모습을 봤다. 친구말로는 안쪽에 맛집들과 흔히들 말하는 감성카페들이 자리 잡고있다고 했다. 이번엔 아쉽게 못갔지만 시간이있다면 한번 쯤 가볼만 할 것 같다.

 
 

점심식사가 예정된 맛집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저 500ml물병을 2번 비웠다. 평소 나는 면을 좋아해서 기대가 많았다.

이 집은 특이하게 그릇에 면만 담아져 나오고 나머지는 커스터마이즈가 가능했다. 보이는 동치미국물로 국물의 양을 조절할 수 있고 비빔소스를 넣어 간도 추가할 수 있었다. 나는 처음에 비빔으로 먹기 시작하여 물막국수로 끝을 맺었다. 내가 맛의 농도를 결정할 수 있어서 만족했다. 맛또한 일품이었다. 메밀전도 상당히 정말 맛있었다! 괜히 로컬맛집이 아니다.

점심을 먹고 가게에서 쉬려고 했으나, 다른 손님에게 피해가 끼칠것 같아서 마음편히 속초해수욕장까지 나가 근처 편의점에서 짐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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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맥주

힘들게 고생을하고 보상을 받는다는 것은 즐겁다. 그리고 언제나 맥주는 옳다.

영롱하게 빛나고 있는 금빛 보리액체가 하얀 물보라를 채우며 올라가는 모습은 정말이지 장관이다. 30분 휴식을 취하면서 야영지를 결정했다.

 

 

온도에 따라 변하는 입장스티커

속초해변앞에서 편의점을 이용했으니 속초해수욕장을 안들어 갈 수가 없었다. 바다에 당장이라도 뛰어들어가고 싶었지만 들어가는 순간 2시간이 순삭될것 같았고 목표지점까지 도달하지 못할것 같다는 생각에 고개를 돌려서 다시 데크위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외옹치, 아직도 이름이 특이해서 기억나는 항구중에 하나이다. 지명의 유래를 읽으니

'조선시대까지는 옹진이라고 불리던 곳이 <면세일반, 1926>에 외옹치로 등장한다 '7번국도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대표에서 속초로 가는 고갯길을 이용하여 현재의 외옹치를 지나갔었다. 이 고갯길 옆에 밭뚝이 다닥다닥 층계모양으로 붙어 있기 때문에 '밭뚝재'라 하였다. 그러던 것이 발음상의 변화로 '독재'라 불리었고, 그결과 옹진이라는 고유지명대신 외형을 기준으로 '바깥 독재'라는 뜻의 한자 표기인 외옹치리라는 행정구역명이 사용되었다.'

 

외웅치해수욕장을 지나면 조그만 곶이하나 나오는데 이 곶을 크게 한바퀴 돌아야한다.

데크길로 되어 있어서 걷기는 편했고 바다가 바로 옆에 있어서 심심하지 않았다. 앞에 보이는 롯데리조트를 크게 돌아 나와야하는데 장마때문에 앞쪽 데크를 이용할 수 없어서 리조트위로 올라가 내려와야만 했다.

 

외옹치 항구는 속초는 굉장히 조금하게 조성되어 있는 항구이다. 대포항과 속초해수욕장 사이에 있는 외옹치항은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는 곳이다.

배가 정말 특이해서 사진을 하나 찍었다. 선두에 보이는 럼을든 해적과 후미에는 중세시대 기사가 마치 키를 잡고 있는듯한 모습이다. 낚싯배위에 어울리지 않는 저 두 인형과 곳곳에 붙어있는 광고 스티커가 절묘하게 엉켜있어 사진을 찍을 수 밖에없었다.

하늘에서본 대포항의 모습이다. 원형의 항구의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하늘에서도 물속의 산호나 바위가 보이는게 역시 동해는 동해다라고 생각했다.

 

설악해맞이 공원은 해파랑길 45코스의 시작점이다. 우리는 45 > 44코스로 가고있으니 이곳이 44코스의 시작점이었다. 지금까지 총 걸은 거리는 17km이상이다.


-44코스 시작-

 

물치라는 말도 특이해서 생각이 잘 나는 지명중에 하나이다.

조선조 때 우암 송시열이 이곳에 왔다가 폭우로 머물게 되면서 ‘물에 잠긴 마을’이라는 뜻으로 ‘물치(勿淄)’라고 했다고 전한다.

 

물치항을 지나 그대로 내려오게되면 정암몽돌 해수욕장이 나오게된다. 작은 파도가 밀려와 몽돌들이 서로 부딛히면서 내는 소리는 장시간의 행군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잊게해주었다. 가만히 앉아서 자연의 소리를 듣고싶었지만 해가떨어지고 있어 서두를 수 밖에없었다.

목표 했던 후진항, 설악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빨리 야영지에서 텐트를 치고 쉬고싶었지만, 배고픈 배를 채워주는 보상도 잊으면 안된다. 우리는 후진항에서 광어와 우럭을 삿다. 후진항앞에 테이블이 마련되어있어 거기서도 먹을 수 있었지만 회와 소주를 먹는 순간 앞으로 해야할 텐트설치와 내일 세부일정을 만들지 못할 것같아서 포장을하고 바로 나왔다.

후진항앞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아마 설악해수욕장을 와서 즐기고 밤에는 후진항 앞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겠구나라고 짐작이 되었다.

 

텐트를 설치하고 의자를 피고, 무드라이트를 설치하니 해가 다 저물고 밤이 찾아오고 있었다. 짐을 어느정도 정리하고 음식을 셋팅하니 태양의 마지막 빛까지 사라져버렸다. 밤이다.

의자에 걸터앉아 회를 한점 먹었다. 글로 표현이 안된다. 감칠맛이 혀위로 느껴지며 쫀득쫀득함이 일품이었다. 내가 이렇게 회를 좋아했었나? 라고 생각이 들정도로 젓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회는 당연히 활어회었지만 바로 먹지 않고 한두시간 뒤에 먹었더니 꼭 숙성회 맛이 났다. 회를 먹을때 둘도 없는 단짝친구도 사와서 마셨다. 초록병의 마법. 나도 그 마법에 걸렸다. 기분은 좋고, 스트레스는 날아가며, 오늘의 하루를 돌아보며 이야기를 더욱 깊게 만들어 주었다.


해파랑길의 첫날은 이렇게 흘러갔다. 지금도 기억난다. 친구가 오늘 하루의 소감을 묻고 내가 답했던게.

길을 걷는건 엄청나게 힘든데 뭔가 위로받는 것 같아.

힘들다. 엄청 힘들었다. 그런데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렇게 후에 생각해봐도 위로받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그 따뜻한 기분은 잊을 수 없다. 산 정상에 올라 받는 벅찬 감동과 성취감이라기 보다는 잔잔하게 넓게 밀려오는 따뜻한 느낌이었다. 아마도 오래간만에 정확하게 설정해놓은 목표를 달성했고 길을 걸으며 답답했던 감정들이 사라져서 그런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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