谿山無盡(계산무진): 시냇물도 산도 다함이 없어라.
노老서예가가 있었다. 그의 글씨는 기교가 뛰어나 보는 사람들이 황홀해할 정도였다. 늘그막에 이르도록 글씨 쓰는 일을 게흘리 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는 더 이상 붓을 잡지 않았다. 그리고는 환갑이 넘은 큰 아들을 불렀다. 그도 서예게에서는 실력을 인정받는 중견 서예가였다. "이제까지 모아 둔 내 글씨들을 다 내오너라" 큰 아들은 어리둥절했지만 명을 어길 수 없어 모아 둔 글씨들을 꺼내어 마루에 쌓았다. 노서예가는 그 중에서 최근에 쓴 몇 점만을 따로 떼어 놓았다. "나머지는 당장 불사르도록 해라." "네?" 큰아들은 너무나 놀라 자신의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그의 글씨는 몇 대만 지나면 문화재로 인정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어서 불사르지 않고 뭘 하는 게냐? 큰 아들은 한사코 만류하며 사유를 물었다. "이제까지의 내 글씨들은 진정한 글씨가 아니었느니라. 오직 기교에만 의존하였기 때문에 화려하기는 하지만 내면적인깊이는 느낄 수 없었던 것이지. 최근에야 나는 진정한 글씨가 어떤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옆에다 따로 내어 놓았던 글씨를 내보였다. 그 글씨를 본 큰아들은 기절할 듯이 놀랐다. 그 글씨는 어린아이가 쓴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놀라는 큰 아들을 빙그레 웃으며 바라보다가 잠시 후 입을 열었다. "너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겠느냐? 어린이의 마음은 티없이 맑고 순수하다. 그들의 가식 없는 마음은 어떻게 보면 어설퍼 보일수도 있다. 그러나 실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글씨도 마찬가지이다. 바로 어린아이의 마음 같은 순수함을 회복했을 때 그 글씨는비로소 완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들은 그제야 아버지의 뜻을 이해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
문장이(文章) 주도극처(做到極處)하면 무유타기(無有他奇)라 지시흡호(只是恰好)요
인품(人品)이 주도극처(做到極處)하면 무유타이(無有他異)라 지시본연(只是本然)이니라
문장이 극치에 이르면 유달리 기이한 수식이 없고 그저 알맞을 뿐이요,
인품이 지극한 경지 다다르면 별 다르게 이상한 행위를 하지 않고 그저 타고난 본성을 벗어나지 않을 뿐이다.
이야기에 글을 다 태워버렸다는 이야기는 현대사회에 있어서 동의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채근담에서 나와있는 문장이 극치에 이르르면 수려함이 사라지는 것은 동의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농구를 좋아했다. 하지만 보통 농구를 좋아하는 친구들보다 키가 작았기에 화려한 기술들을 앞세워 득점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그래서 항상 드리블 연습 동영상을 보고, 기술동영상을 보며 테크닉을 연마했다. 어느 날 마이클 조던 경기를 보고있었는데 머리에 강한 충격이 왔다. '점프 그리고 슛' 굳이 화려한 돌파와 크로스오버를 하지 않아도 그날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스스로 말했다. '점프 그리고 슛' 이 간결함 그리고 본질을 꿰뚫는 행위. 득점
꾸밈없는 그리고 기교를 부리지 않는 것이 가장 간결하고 무언가를 할 때 가장 가깝게 가는 길일수도 있다.
주도做到 : (~한 상태까지)해 냄. 도달함.
흡호恰好 : 꼭 알맞는 것. 적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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